교향곡 9번을 작곡하면 죽는다. 클래식계 9번의 저주

'아홉수'는 나이와 숫자에 9가 들어갈 경우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홉수 관련한 드라마와 웹툰도 있으니 숫자 9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계에도 '아홉수'가 있는데요. 바로 9번 교향곡을 작곡하면 죽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베토벤뿐만 아니라 수많은 작곡가가 9번 교향곡을 넘지 못했죠. 오늘 브라비의 아티클에서는 9번 교향곡의 저주가 생긴 배경과 다양한 9번 교향곡들을 소개합니다.

베토벤으로부터 시작된 저주

9번 교향곡의 저주는 베토벤이 합창 교향곡을 완성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53세에 9번 교향곡을 완성했죠. 이 교향곡은 베토벤의 8번 교향곡 이후 11년 만에 작곡한 곡으로 전 세계 모든 교향곡 중 최고라고 평가받습니다. 베토벤 스스로 무려 30년 동안 구상했다고 말했죠. 최초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10번 교향곡을 작곡하지 못하고 9번 교향곡 작곡 이후 3년 만에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이미 베토벤은 합창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 완전히 청력이 상실된 상태였지만 이 교향곡의 4악장 는 고뇌를 넘어 투쟁과 승리감을 보여줍니다.

거장들도 피해 갈 수 없었던 9번 교향곡의 저주

베토벤만 9번 교향곡을 작곡하고 사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슈베르트, 드보르작, 브루크너 등 수많은 작곡가가 10번 교향곡을 만들지 못했죠. 심지어 슈베르트는 9번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 31세로 매우 젊은 나이었습니다. 작곡을 끝내고 악화된 건강을 극복하지 못하고 9개월 만에 사망했습니다.

슈베르트는 가곡으로 익숙한 작곡이며 활동할 당시 '나약하고 여성적이다.'라는 평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과 9번 교향곡은 6년이라는 간격이 있는데요, 8번 '미완성'이 서정적이지만 9번은 당당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또 슈베르트는 "이제부터는 가곡을 쓰지 않기로 했어. 앞으로는 교향곡에 힘을 쏟을 거야."라고 말하며 자신의 9번 교향곡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죠. 어려운 난이도 때문에 오스트리아 음악협회는 연주를 거절할 정도였습니다.

8번, 10번 교향곡을 만든 말러

말러 또한 클래식 음악계의 9번 교향곡의 저주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슈베르트, 베토벤 등 수많은 선배가 경험한 저주를 피하기 위해 8번 교향곡까지 순서대로 번호를 붙이다 9번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고 바로 10번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9번 교향곡은 번호가 없는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표제를 붙였습니다. 하지만 말러 역시 10번 교향곡을 작곡하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말러의 교향곡은 1곡이 2시간 가까이 연주할 정도로 악명높은 길이를 자랑합니다. 또 복잡한 형식과 최대 1,000명이 필요한 연주도 있었습니다. 음악 평론가들이 가장 어려운 교향곡이라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죠.

사실 베토벤이 활동하던 시기 이전의 작곡가들은 수십 개의 교향곡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107개를, 모차르트는 41개의 교향곡을 만들었죠. 그러나 베토벤을 기점으로 교향곡의 의미는 완전히 변화하게 됩니다. 한 음악가의 모든 노력과 개성이 집약된 '마스터피스'로 변모하게 된 것이죠. 이후 작곡가들은 교향곡을 작곡하기 위해 10년이 넘는 시간을 쏟기도 했습니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도 구상에만 30년이 걸렸을 정도였죠. 이렇게 모든 교향곡에 열정을 투입하고 나면 9번 교향곡을 작곡할 때쯤 자연스럽게 죽음에 가까워진 나이가 되어있었을지도 모릅니다.

Edit Bella